대지가 끓어오르는 무더운 날씨를 지혜롭고 아름답게 이겨낸 옛사람들의 여름나기는 지금도 유용하고 유효하다. 대나무, 돌, 유리, 모시 등 시원한 소재로 입고 지어 꾸민 여름 풍경은 작열하는 열기 속에서도 고즈넉하고 가만하다.
가볍게 쾌적하고, 묵직하게 시원한 소재
시원한 소재를 지혜롭게 이용한 옛 방식은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적용해 쾌적한 여름을 날 수 있다. 완초를 엮고 어여쁜 문양을 새긴 화문석과 함 등의 공예품은 여름철 끈적한 수분을 흡수해 쾌적하고 화사하다. 가벼운 대나무 살을 360도로 펼치면 바퀴처럼 원을 이루는 부채, 윤선은 햇빛을 가리는 용도로 사용했지만 이제는 시원하고 우아한 멋을 선사하는 벽 장식으로 활용하기 좋다. 한옥의 온돌 또한 여름 동안에는 돌의
냉기가 올라와 시원함을 선사했는데, 돌을 비롯해 금속, 유리 등 차가운 소재의 아이템은 쿨한 여름 인테리어를 완성해준다.
여름 바람이 몰래 지나가는 바람길
더운 햇빛은 막아주고 시원한 자연 바람이 드나들도록 설계된 한옥은 에어컨이 없어도 여름을 날 수 있었던 과학적인 건축물이다. 우아하게 뻗은 처마가 강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막고 깨끗하게 비워둔 마당의 대류현상 덕분에 대청마루에는 바람이 모인다. 창은 크지도, 작지도 않게 내어 불필요한 햇빛이 들지 않도록 했다. 발을 쳐 햇빛을 가리고 바람이 잘 통하는 대나무 평상에 누워 낮잠을 즐기며 더위를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