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lwhasoo Style

화가 홍지희

화가 홍지희 화가 홍지희

소통하는 아티스트

그녀는 SNS를 통해 자신의 예술을 나눈다. 매우 활발히 자신의 것들을 공개하고 알린다. 진솔하고 편안하게 예술가의 예술과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안으로 안으로 천착하는 예술가들과 조금 다른 행보다. 홍지희도 내면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도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데 이유가 있다.

“그림에 대한, 예술에 대한, 아름다움에 대한 갈급함을 잘 알아요. 제가 겪었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우리 주위의 예술이 친절하진 않잖아요. 갤러리에 들어가는 것도 어쩐지 조심스럽고요. 저도 그랬어요. 늘 주눅 들어 있었죠. 예술을 하면서 보니 어느 누구도 예술 앞에 초라해질 이유가 없더라고요. 그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우리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거잖아요. 고귀한 건 예술이 아니라 그걸 보려고 노력하는 삶이라는 걸 깨달았으면 해요.”
그녀는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스킬 대부분을 스스로 해결했다. 궁금하고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 익혔다. 분투하며 얻었지만 그래서 진짜 자신의 것으로 남길 수 있었다. 깨진 유리를 그러모아 온 이후 ‘탄생석 시리즈’를 선보이기까지 일 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유리 조각을 캔버스에 붙이기 위해, 그 전체를 보석처럼 보이기 위해 소재와 재료를 연구했다. 실패가 거듭됐지만 결국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아틀리에 학생들이 물어보면 무엇이든 다 알려줘요. 저는 다시 찾아내면 되니까요. 꽁꽁 숨기고 있는다고 내 것이 되는 것 같진 않아요. 나누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기대어 행복하면 좋겠어요. 진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저처럼 자신의 언어를 만났으면 해요.”
이런 그녀의 생각이 반영된 홍지희의 아틀리에는 일곱 살 아이부터 중년의 어른까지 모두가 행복한 공간이다. 구체적인 목표나 잘해야 한다는 강요나 압박 없이 즐겁게 그림을 접하고 배운다. 힘든 시기에 후배 작업실에서 느꼈던 편안하고 좋은 기운처럼 다른 사람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어 클래스를 열었고 그림을 매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세상의 다양한 면을 경험한다.

느리지만 정확하게

1일 1드로잉을 실천하고, 10년째 요가를 하고, 매일 글을 쓴다는 홍지희 작가.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나아갈 것 같은데 그녀의 아들은 엄마를 민달팽이라고 부른다.

“저는 정말 느린 사람이에요. 목표 없어요.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천천히 대신 꾸준하게 하려고 해요. 나는 속도는 느리지만 방향은 정확한 사람이란 걸 알았어요. 저에 대한 그런 믿음이 있어요. 빨리 치고 나가진 못하지만 결국 옳은 방향으로 갈 거라는 믿음이요.”
목표는 없지만 원하는 방향은 있다. 낮은 예술가가 되는 것. 끊임없이 생각하고 보완하고 배우고 도전하며 겸손하게 다가가는 사람. 소외된 것에 시선을 멈출 줄 알고 약한 것에서 강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 내면과 외양이 다르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사람. 그녀가 사랑하는 소재인 유리처럼 발아래 부서져도 빛나는, 부서지며 반짝이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다.